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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Sinkhole)
가라앉아 생긴 구멍. 인간 때문에 생긴 함몰구멍은 물론이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를 말함.
2010년 7월 과테말라시 한가운데 20층 건물 높이만한 구멍이 생겼고, 그 곳에 있었던 3층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부는 도시 개발로 지하수가 말라 지반이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초 인터넷에서는 '싱크홀'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되었다. 당시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 싱크홀과 같은 지반 침하 현상이 자주 목격되면서 인터넷에서는 싱크홀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었던 것이다. 위에 소개한 과테말라시의 싱크홀 사진 역시 당시에 싱크홀의 무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인터넷에서 자주 회자되었던 사진이다.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니 다양한 언론 역시 앞다퉈 잠실 송파 일대의 싱크홀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잠실 일대가 지반 침하에 취약한 구조인데 최근 여러가지 대형 공사들이 진행되면서 지하수 흐름을 바꾸었고, 그에 따라서 싱크홀과 같은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되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실 일대에 생긴 싱크홀이 석촌 호수 인근이라는 점 때문에 싱크홀과 같은 지반침하에 대한 원인이 '롯데월드타워' 공사라며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
123층 555미터 높이의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2016년 말 완공을 위해서 현재도 건설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 123층 건물은 롯데월드타워가 처음인 만큼 높은 건물을 지을 때 주변 안전에 걱정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근에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안전에 신경 쓰이고 걱정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지반침하 사건이 발생했고, 발생 지역이 석촌호수 일대로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이니 걱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싱크홀' 사진이나 기사를 보면 한 순간에 건물이 사라지는 믿기 어려운 현상인 만큼 혹시나 하는 마음까지 생겼을 것이다.
지난 6~7월 약 한달동안 인터넷에는 '지반침하'와 '롯데월드타워'가 연관검색어로 따라다닐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관련 있는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실제 잠실 송파 일대의 싱크홀 원인은 인터넷에 떠돌던 '롯데월드타워'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롯데(LOTTE)'의 잠실지역 싱크홀 원인에 대한 글이다.
사실, 필자 역시 인터넷에 크게 이슈가 되었던 6~7월까지만 해도 지반침하, 싱크홀 그리고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머리 속에 나만의 결론을 갖게 되었다. 왜냐면 당시만 해도 인터넷과 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람들이 이런 결과를 스스로 유추할 수 있도록 관련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한달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잠실 송파 지역의 싱크홀'에 대해서 관심이 사라졌다.
관심이 사라졌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사라졌지만, 주변 누군가가 관련 내용을 물어본다면 과거 6~7월에 이슈되었던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A : 전에 이 근처(잠실)에서 싱크홀이 생겼다고 했었지?
B : 맞아. 지난 6월에 인터넷에 엄청 이슈됐잖아.
A : 혹시 이유가 뭐였어? 새로 짓는 롯데월드타워때문이 맞아?
B : 그렇겠지. 당시 언론이나 인터넷에 롯데월드타워라고 했던걸로 본거 같은데...
잠실 송파 지역의 싱크홀에 대한 최근 내용(기사, 정보)를 모르는 분들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대화 내용이다. 지난 6~7월 당시 크게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던 분들이라면 위 대화처럼 생각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서울시 조사 내용을 못들었다면 누구나 A와 B처럼 대화를 나눌 것이고, 결론은 변함없이 '롯데월드타워'로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서울시가 지난 8월 5일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지는 현상)은 지하차도 하부를 지나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 공사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8월 14일 밝혔다. 그 이후에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책임을 물었고, 시공사인 삼성물산 역시 서울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관련 싱크홀 사고와 동공을 복구하는 모든 조치 역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책임진다고 하였다.
잠실 송파 일대의 싱크홀 원인이 '지하철 공사' 또는 '노후화된 하수관 파손'이라고 밝혀지면서 롯데월드타워는 싱크홀 원인에서 제외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미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안전이 그렇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는 않다. 건설이 완공되는 2016년에는 롯데월드타워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고층의 건물이 될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하다.
특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가 롯데월드타워와 상관없는 이유이며, 그것이 '오해'를 통해서 시작되었다면 더욱 어이없는 상황일 수 있다.
그렇다고, 지하철 공사를 진행한 '삼성물산'만의 문제로 인터넷과 TV에서 이슈화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과 TV를 통해서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의 경우 사람들에게 잘못된 내용으로 기억되어 잊혀지기 전에 검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건설사인 '롯데'는 물론이고,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 역시 빠른 조사를 통해서 당시 지반침하 현상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빠른 결과를 내놓았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잘못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