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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추행남


  'OO녀'와 'XX남'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인터넷에 너무 흔하디 흔한 표현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OO녀'와 'XX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만나면서 실제 상황과 다른 내용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슈가 되고 있는 '버스 추행남'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자신을 21세 여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11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서울 OOO번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할 뻔했어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버스추행남'의 사진을 게재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한 남성이 은근히 다가와 불쾌감을 느꼈다”라 “나와 그 남자 사이에 아줌마 세 분이 앉아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모두 내리자 그 남자가 자신 옆으로 자리를 옮겨 성추행하려 했다”라고 고발했다. 그녀는 또 “빈자리가 많았지만, 굳이 내 옆에 다가와 앉는 게 수상했다”며 “인상을 쓰며 ‘뭐야!’라고 소리쳤지만, 그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음악을 들으면서 날 보고 ‘씩’ 웃더니 그의 다리를 내 다리에 밀착시켜 비벼댔다”고 말했다.  그녀는 화가 나 자리를 옮겼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나 내리기 전에 그 남자의 얼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사실, 기사의 내용만 본다면 분명히 '버스추행남'이라는 남성이 아주 문제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21세 여성'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버스추행남'이라는 남성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는 동작을 충분히 했고, 여성 입장에서 이런 남성의 행동에 불쾌감을 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도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추행남'이라는 이슈를 만든 것이다.


  필자가 경험했던 내용으로 살펴보자!



   퇴근 후 약속이 있었던 어느 날이다. 약속 시간이 빠듯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하철 역을 향했다. 퇴근 시간이라서 지하철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하철 승강장은 지하3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어서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이 나을 것 같아 계단을 선택했다.


  에스컬레이터 중간에 있는 계단은 올라오고 내려가는 사람이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3~4명 정도가 한줄로 이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앞쪽에 20대 초반의 여성이 내려가는 계단의 중간쯤에 서서 내려가고 있었다. 반대쪽은 올라오는 분들이 계셔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 뒤쪽에 서서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20대 초반의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채팅을 하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채팅을 하는 만큼 위험해보이기도 했고, 이동하는데도 오래 걸렸다. 


'잠시만요. 먼저 지나갈께요.'


약속시간이 빠듯해서 뒤에서 이렇게 말을 건냈지만, 이어폰까지 끼고 있어서 인지 들은척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녀가 메고 있는 가방을 가볍게 치면서 그녀에게 먼저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갔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필자 뿐만 아니라 자주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바쁘다고 계단을 오르 내리면서 고스톱을 치시고, 카카오톡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동하는 모습 자체도 위험해 보이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데로 천천히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이런 상황을 '여성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뒤에서 30대 남성이 어깨를 치면서 씩 웃으며 뭐라고 하는데 기분 나빴다. 그러더니 계속 뒤를 따라와서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오해는 사실 지하철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남성이라도 여성분들과 몸을 밀착하게 되면 항상 기분이 좋을까? 필자가 남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아침 출근길에 그런 상상을 하는 분들이 비정상적이지, 일반적으로는 남성들 역시 여성들처럼 다른 사람과 몸이 닿지 않고 여유롭게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많아서 몸이 밀착되는 상황에 뒤를 돌아보며 쏘아보는 모습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에서 레이저를 쏠 때 주변 상황을 보고 하면 안될까. 주변이 널널한데 오직 자신의 뒤에 붙어있는 남성이라면 모르겠지만, 주변이 엄청 혼잡한데도 자신의 뒤는 꼭 널널해야 한다는 눈빛은 남성들에게도 짜증나는 부분이다.




  정리하면 '버스추행남'이라는 글을 올린 20대 여성은 분명히 자신이 기분 나쁜 경험을 인터넷 게시판에 사진과 글로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인 생각으로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파렴치한 X'으로 게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나는 안그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정말 '나는 안그래'라는 것이 맞을까? 나도 모르는 순간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져서 내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면 어느 순간 우리 모두는 'OO녀'나 'XX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덧글] 이런 글을 올리면 꼭 전체 내용은 묵살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단면'만 보고 여성의 입장 또는 남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글은 여성과 남성의 입장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꼭 게시판에 올려야 하고, 트위터에 공유해야 하는 것일까? 게시판과 트위터 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생각보다 게시자가 원하는 것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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