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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BC 준우승 이후, 야구에 쏟아지는 팬들의 사랑은 여느 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구단별로 최다 관객동원 기록이 깨지고 있을 만큼 야구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야구 하면 떠오르는 투수는?'이라는 질문을 하면 뭐라고 답할까. 해외파의 지존 박찬호를 시작으로 선동열, 최동원까지 저마다 좋아하는 투수들의 이름이 나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투수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성적과도 일치할 것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능력좋은' 투수로 알려진 그들은 그런 펜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투수들이다. 하지만 대단한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팬들의 기억 속에 잘 남지 않았던 투수가 있었다. 필자와 같이 그를 기억하는 몇몇의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고독한 황태자

  지금보다 못먹고 못입던 가난한 시절인 '1980년대'에 야구를 시작하여, 100 완투라는 어머어마한 기록을 갖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윤학길'. 그가 바로 고독한 황태자이다.
 

    투수 윤학길, 그를 고독한 황태자라고 부르는 이유.

1987년 13번, 1988년 17번, 1989년 18번, 1991년 11번, 1992년 14번, 1993년 12번

  위에 있는 기록을 보고, 투수가 6년간 14번 이상을 했다라고 반대로 생각해 보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선발횟수'를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황태자'라는 힌트로 '승리한 경기수'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윤학길투수가 세운 이 기록은 바로 "완투수"이다.

완투 完投
야구에서, 한 투수가 교대 없이 한 경기에서 끝까지 던지는 일
 

  완투의 사전적인 정의처럼 야구에서 '교대없이' 끝까지 던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야구도 스포츠이므로 이겼을때 더욱 빛을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고 있는 경기에서 끝까지 던진다는 것은 이기고 있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그를 '황태자'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투수 윤학길, 그의 엄창난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1986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서 1987년 13번의 완투기록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그의 투수 인생은 '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12시즌을 소화해내면서 윤학길 투수는 100완투에 117승을 달성한 기록을 남겼다. 117승 중 74승이 바로 '완투승'이였다. 100완투 중 74완투승이 말하는 의미는, 100경기에서 윤학길만이 투수 마운드에 서서 9명의 타자를 혼자서 모두 상대했고, 이중 74경기에서 승리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야구 역사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라성같은 투수들이 꽤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최동원, 장호연, 선동렬, 박철순, 김시진, 이상훈등 모두 인기와 명예를 가졌었던 투수들이다. 그러나 윤학길 투수가 세운 '100완투'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필자가 생각할때는 절대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윤학길 투수가 야구를 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구원/마무리투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것도 사실이고, 뒤를 봐줄 수 있는 투수진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완투'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요즘 야구에서는 이런 완투가 '투수 죽이기'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 그의 기록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깨지지 않는 기록일 것이다.
[참고로 다른 투수의 완투기록을 살펴보면... 윤학길(100완투), 최동원(80완투), 장호연(79완투), 선동열(68완투), 김시진(67완투)이다.]


    투수 윤학길, 그가 '고독한' 이뉴는 따로 있다.

윤학길 투수가 야구를 하던 1986년 롯데자이언츠는 선발 투수가 '7이닝'이상을 던져주어야 했다. 1990년 '슈퍼 베이비'라는 별명을 갖고 롯데에 입단한 박동희 투수가 마무리로 나오기 전까지는 윤학길 투수는 '완투'를 했어야만 했다. 그러니 상대팀의 9명의 타자를 혼자서 싸워야(?) 했던 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 것이며, 게임의 책임감 또한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런 와중에도 윤학길 투수는 잘 던져 주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제구력'이 뒷바침을 해주는 날은 '완투승'까지 하게 되었고 그의 '74게임 완투승'이란 엄청난 기록이 남을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완벽한 '제구력'을 보여줄 수 는 없는법...투수가 얻어맞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나락으로 빠지기 쉽다. 그럴때 교대를 해주어야 했지만 그는 그런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했다. 완투를 하면서 '패배'를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본다면 윤학길 투수는 고독할 수 밖에 없다.



    투수 윤학길, 조용히 마운드에서 내려오다.

1992년은 윤학길 투수에게는 최고의 해이다.

17승 5패, 14번의 완투, 방어율 3.61

  위의 기록 중 어느 하나라도 투수로써 나쁜 기록으로 보이지 않았던 해가 바로 '1992년'이다. 선수의 기록이 좋으면 팀의 기록도 좋은법. 롯데 역시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1992년의 대기록이후 롯데와 함께 윤학길 투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떤 경기에서도 끝까지 공을 뿌리던 그의 완투 모습에서 이렇게 무너질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1994년 부상까지... 윤학길 투수의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하늘에서도 느꼈는지 1995년 부상 복귀로 '12승 8패'라는 좋은 기록과 함께 그의 조용하지만 화려한 야구 인생을 하향선을 그렸다. 1997년 통산 12시즌이라는 선수생명을 끝으로 그는 조용히 마운드에서 내려와 은퇴를 하였다.


    투수 윤학길, 투수코치 윤학길로 돌아왔다.

  넘을 수 없는 엄청난 대기록갖고 있는 투수 윤학길은 고독하고 조용하게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였다. 그런 그가 2008년 '우리 히어로즈'에서 1군 투수코치로 돌아왔다. 그가 세운 엄청난 기록은 뒤로 하고 요즘은 후배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동렬, 최동원등 보다 유명세는 분명히 떨어지지는 그는 '황태자'였고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는 대단한 투수였다. 롯데자이언츠와 12년 야구 인생을 같이 한 그가 요즘은 '우리 히어로즈'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색함도 느껴지지만...필자에게 윤학길은 롯데 자이언츠의 최고의 투수였다.


통산 완투 100게임~!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의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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