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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iFE

화투 속 12가지 이야기

세아향 2009. 3. 24. 19:02


  화투는 언제나 '도박'을 상기시켜서 방송이나 대중적인 부분에서 언급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2006년 영화 '타짜'를 통해서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TV속에서도 그 모습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쇼/예능 방송프로에서도 '심심풀이'라는 설명으로 모습이 보여진다. 물론,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너무나 잘 알려진 하나의 놀이가 바로 화투이다. 화투로 할 수 있는 것으로는 고스톱, 민화투, 섯다 등 놀이 방법도 다양하다.

  영화 타짜의 도입부분에서 김혜수의 나레이션으로 간단하게 화투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던 내용 중 '화투가 19세기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이며, 꽃(化)을 들고 싸운다(鬪)'라는 것이 생각난다. 화투에는 세상 만사가 모두 들어있다고 하는데...화투의 48장에 숨어있는 1년 12개월을 알아보자.

1월, 송학[松鶴]
 
화투가 일본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말처럼, 1월에 '송(소나무)'이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간 소나무를 집앞에 꽂아두는 풍습인 '카도마쯔'가 세시풍속으로요즘도 변함없이 하고 있다고 한다. 즉, '송'이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아는 것이다. 그리고 '학'은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의 하나이다. 1월은 1년의 시작이므로 복과 건강을 불러왔으면 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2월, 매화[觀]
 
매화의 열매가 매실인 것을 생각할때, 일본에서는 '매화'와 '매실'을 모두 좋아한다. 매실로 만든 매실장아찌를 '우메보시'라고 하여 건강식이자 입맛을 돋구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꾀꼬리가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2월이 봄을 상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 벚꽃[櫻]
벚꽃, 일본어로 사쿠라. 일본의 국화로 까지 알려져 있는 꽃이다. (사실, 일본에는 국화로 정해진 꽃은 없다고 한다) 한번에 화려하게 피고, 한번에 화려하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꽃으로 일본 국민들이 좋아하는 '국민꽃'인 셈이다.


4월, 검은 등나무[藤]와 비둘기
  일본에서 등나무는 초여름을 상징하며, 등나무를 일본어로 '藤 (후지)'라고 읽는다고 한다. 후지산, 후지모토등 일본어를 잘 보면 '후지'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그만큼 어감도 좋고 친숙한 말이라는 것이다. 비둘기는 국내에서는 '더럽고 지저분한 새'로 불리지만, 일본에서는 '예절바른 새'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5월, 창포[菖蒲]
보통 화투판에서 '초'라고 불리지만 원래는 '창포'라고 한다. 5월 5일 단오때 창포로 머리를 감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5월의 상징을 창포로 지정하는 것이다.




6월, 모란[牧丹]
모란은 일본에서 꽃중의 꽃으로 불린다. 모란은 향기가 그윽하고 좋은향이 나는데...화투에서는 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비가 모이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고 한다.




7월, 싸리나무와 멧돼지
4월의 등나무와 비슷하여 보통 4월의 검은 등나무를 '흑싸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싸리나무는 7월의 그림이다. 7월에 만개하는 싸리나무를 붉게 그린 것이다. 그리고 함께 그려진 멧돼지는 그 당시 7월에 성행했던 멧돼지 사냥철을 의미한다.


8월, 달[月]
8월의 그림은 일본과 한국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일본의 화투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이 그려져 있지만, 한국의 화투에는 산과 달의 그림이다. 밝은 달밤에 날아가는 세마리의 기러기로 가을을 표현하는 것이 한국의 화투이다.


9월, 국화[菊]
일본의 중앙절(9월 9일)은 홀수가 두 번 겹치면 복이 들어오는 좋은 날이라고 여겨진다. 비슷한 예로 단오(5월5일), 칠석날(7월 7일)등이 있다. 중앙절이 있을 즈음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일본 왕실의 문양이 국화라는 점을 볼때,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듯 하다.


10월, 단풍과 사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단풍의 계절이다. 사냥 역시 수확의 한 방법으로 사냥철을 의미하는 사슴이 등장하는 것이다.





11월, 서예가와 개구리
11월을 상징하는 '비'에는 사람이 한명 들어있다. 일본의 유명한 옛 서예가라고 하며,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득도'했다는 한 서예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12월, 오동[梧桐]과 봉황
일본의 화투에서 오동(나무)은 12월을 상징한다.(하지만 가끔 우리나라에서는 11월을 상징한다.) 오동이라는 발음을 강하게 하여 일명 '똥'으로 불리기도 한다. 왜 일본은 오동을 12월로 했을까. 그건 오동을 일본말로 '키리'라고 한다. '끝'을 상징하는 키리와 음이 동일하여 12월을 상징한다. 닭처럼 생겼지만 실제는 '봉황'을 형상화 했다는 점은 기본 상식.

이제 화투의 상징을 알았다면 조금 더 깊숙히 화투에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1월 : 붉은색 태양은 일본의 일장기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일장기 속의 붉은 원이 태양을 상징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거기에 새해 1월 1일의 해오름은 매일반복되지만 그 의미가 다르게 생각된다. 그러니 1월을 상징하는 것은 태양과 건강이다.

3월 : 벚꽃이 만개한 화투패 중 '광'을 보면 천막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을 일본에서는 '만막'이라고 불리우며 경조사때 많이 사용한다. 이런 풍습때문인지 3월의 벚꽃을 보면서 풍류를 즐겼다는 것을 표현한다.

6월 : 모란꽃이 만개한 화투를 보면...요즘은 장미가 꽃중의 꽃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모란이 그 위치에 있었다. 모란은 향이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사실 모란 꽃 향은 있는데...) 모란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모란꽃에 나비가 있냐없냐로 말이다. 당나라 당태종 이세민이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보낸 모란그림에는 나비가 없었다고 하며, 선덕여왕은 '이 꽃에는 향기가 없어 나비가 없구나'하는 말에서 비롯되어 그 이후 한국화에 등장하는 모란꽃에는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화투는 일본의 문화를 표현하면 떡하니 나비가 있다.

9월 : 국화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그래서인지 화투 속의 '9월 열자리(위 그림에서 국화의 맨 오른쪽 그림)'는 열자리와 피자리로 마음대로 옮길 수 있다. 바로 국화가 일본의 왕가를 상징하므로 그만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2월 : 봉황의 머리는 일본 최고의 권력가인 막부 쇼군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한다. 오동잎은 일본 왕가보다 더 높고 막강한힘과 권력을 가진 쇼군을 상징하는 또 하나로, 임진왜란 당시에도 우리나라를 침략한 풍신수길이 사용하던 문양이라고 한다. 요즘도 국공립 학교나 정부기관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며, 500엔짜리 동전에도 도안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문양인 셈이다. 

  이렇게 살펴본 '화투'는 너무나도 일본틱(?)한 문화이자 놀이이다. 마땅한 놀이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어쩔수 없이 일본에서도 잘 안한다는 '화투'를 애용하고 있지만...건전한 윷놀이나 자치기로 대신하자고 하면 말이 안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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