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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을 듣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마트폰의 일정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최신가요'는 언제나 그 달의 최신 노래들로 채워져 있지만, 몸이 힘들고 정신이 없을 때에는 뭔가 여유롭게 즐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지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채워준다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 최신가요를 들으며 춤을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친 몸에 여유와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음악을 최신가요에서는 찾기 어렵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듣다보면 이것이 한글인지 영어인지 알수도 없는 가사들과 빠른 비트의 음악은 귀와 뇌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노래를 듣고 있지만 꼼꼼히 챙겨듣지 않으면 가사조차 알 수 없는 그저 '빠른 댄스곡'일 뿐이다.


  지난 주 태풍으로 시끌벅적한 어느 아침이었다. 태풍 때문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힘든 출근길에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스마트폰에 있는 최신가요를 재생했다. 한달 사이에 최신가요에 담겨진 노래들은 대부분이 변해있었고, 가사는 커녕 가수와 노래 제목을 매칭시키지도 못한 사이 또 다시 새로운 노래들로 최신가요 100곡이 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신곡이 빠른 댄스곡이지만 언제나 '새롭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왠지 '음악'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재생되는 스마트폰의 최신가요 중 귀에 익숙한 목소리의 노래가 들려왔다. 분명히 귀는 익숙한 목소리라고 알아들었지만, 가수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아서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갈 무렵 '너무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을 꺼내서 노래 제목과 가수를 확인했다.



변진섭... 비와 당신


  1990년대 최고의 가수라고 불리던 '변진섭'이었다. 당시 '희망사항'이라는 곡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그의 2집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발라드'의 최고 가수로 군림한 가수가 바로 변진섭이다.



  물론, 그 이후로 방송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최근 1년 사이 그가 컴백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옛날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 무대는 볼 수 없었다. 지금 기억에 변진섭의 컴백 무대에서 '인기'는 커녕 '실망'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될 만큼 자연스럽게 '변진섭'을 잊었던 것이다.



  노래가 갖고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는 바로 듣는 사람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힘든 사랑을 하는 분들에게 '이별노래'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며 이런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최신가요에는 그런 '감정'이 없다. 나이트나 클럽에서 춤을 추기 위한 노래처럼 항상 빠른 비트에 귀에 잘 들리지 않는 많은 내용의 가사들이 쏟아지듯 귀를 힘들게 해준다. 물론 기분 좋을 때 그런 노래를 듣고 에너지를 충전할수는 있겠지만 '듣기 좋은 노래'일 뿐 절대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와 당신'을 부른 변진섭은 달랐다.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와 목소리 그리고 정확한 가사 전달은 단 4분만에 듣는 이의 '감정'에 다가올 수 있는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도 노래가 갖고 있는 그런 매력을 오랜만에 느끼면서 다시 한번 1990년대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변진섭이라는 가수 한명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는 힘든 생활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행복한 에너지가 가득한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정을 따뜻하게 해주어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게 해주는 감정이 필요한 것이다.


  노래 하나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노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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