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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iFE

지하철 구걸, 시간당 3만원?

세아향 2009. 3. 4. 09:36

  지하철은 대중교통의 수단인 만큼 지하철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모습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생활의 모습도 보인다. (관련 포스트 : 부자에게 불경기는 남의 말) 최근 지하철에서 무료 일간지 신문을 주워서 팔아 생활하는 분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생활을 위한 신문 수거 모습도 '아침시간에 사람도 많은데 꼭 해야 하냐'라는 반박이 나올 정도로 지하철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하고 편리한 공간인 지하철에서 어제 특이한 모습을 보아서 이렇게 포스트 해본다.


3월 3일, 오후 6시 45분경.

  선릉역에서 강변역으로 퇴근하는 필자는 매번 붐비는 2호선을 탑승했다. 그나마 선릉역은 분당선과 환승구역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경우 퇴근 시간이라도 그렇게 붐비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제는 그런 걸로 봐서 운이 좋았는지 그렇게 꽉 차지 않은 상태였다. 퇴근시간이면 항상 기분좋은(?) 사람들 덕분에 시끌시끌한 지하철이지만 필자 역시 퇴근이라 기분좋았다. 지하철은 타고 얼마나 되었을까.....옆에서 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여성이 필자에게 다가왔다.

여성 : 죄송합니다. 잠시만 비켜주시겠어요?
필자 : 아~ 네!  (어떻게 비켜달라는 거지???)

  필자는 출입구에서 가까운 곳(좌석 끝부분)에 봉을 잡고 서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와서 비켜달라는 여성의 말이 사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잡고 있던 봉을 놓았다. 그러자 그 여성은 필자의 앞을 지나서 좌석 앞에 바짝 다가 섰다.

여성 : (앞에서 졸고 있는 아저씨를 향해서) 잠자고 계신데 죄송합니다.
필자 : ????
여성 : 저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제 동생이 아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부탁드립니다.
필자 : ????

  필자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정확하게 들렸다. 자리에 앉아서 졸던 아저씨도 놀라서 눈을 뜨고 그 여성을 보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1,000원"을 꺼내서 주었다.

여성 : 감사합니다.


바로 옆 자리의 여성에게 단 한발자국 옆으로 이동해서 갔다.

여성 : 책보시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
         제 동생이 아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은 역시 책을 읽고 있었다. 여기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큰소리로 하는 것도 당하는 당사자는 챙피할텐데...하는 행동까지 말로 표현하는 저 센스는 무엇일까? 앉아있는 여성이 쳐다도 보지 않자....여성은 다시 옆으로 이동했다.

여성 : 전화거시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대학에 다니는.....(생략 : 위와 정확히 동일하게 말함)

  이번에 여성의 대상은 전화거는 아저씨. 이분은 옆에서부터 봐서인지..."5,000원"을 꺼내서 주었다. 이 아저씨가 돈을 꺼내자 옆쪽에 앉아있던 여성 2명이 인상을 쓰며 일어섰다. 뭐....나중에는 자기들한테도 올께 뻔하니까...자리를 피하는 표정이였다.

여성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5천원때문인지 인사를 두번함)

  이렇게 지하철 7인승 의자에 앉은 5명에게 전부 구걸해서 얻은 돈 "6,000원". 단 5명(시간으로 3분 내외)이였지만 같은 칸에 탑승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은 금방이였다. 그리고 옆쪽 자리로 다시 옮겨서 똑같이 하는 여성!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수근 거리다.

웃으면서 "때돈 벌겠다"하는 분.
인상을 쓰며 "시끄럽게 뭐하는 거야"하는 분.
"아무리 봐도 대학생은 아닌데...대학생이라고 하네~"하며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분.

  필자 역시 선릉에서 잠실역까지 10분 정도를 듣기 싫어도 듣다보니 시선도 당연히 갔다. 10분의 수익은 약 만원정도.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6만원이다. 이 중에서 구걸에 응답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절반인 3만원만 한다면.....냉/난방이 되는 작은 장소에서 쉽게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구걸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3D"직업이 확실하지만....1:1 구걸이 이렇게 큰 수익이 생긴다면 대학생 아르바이트로 인기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이와 관련되어 지난번 분당선에서 겪은 일이 생각나 간단히 적어볼까 한다.
그때도 역시 구걸하는 분이 지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지하철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분이 왔다. 단돈 천원에 아이들 장난감 "팽이"를 판매하는 분이였다. 하지만 5분 정도의 설명과 시연을 하였지만 하나도 판매가 되지 안았다. 그러자 같이 판매를 하는 분께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이 돈달라고 하는 사람이 더 버는지 모르겠네~"
필자 역시 이상했다. 정말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분들은 퇴근할때 그랜져타고 가는건 아닐까....손만 벌리면 아직은 따뜻하게 도와주는 우리나라의 정이 이렇게 악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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