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차지하는 일본문화

"일본에 가서 4~5년 전에 인기 있었던 제품을 가져와서 사업을 하면 성공한다."

이런 말이 있었던 적이 있다. 물론 당시 분위기로는 일본문화는 그냥 배척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그 상품성

만큼은 인정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치를 떨며 일본과 연관만 있으면 잘 보지 않던 축구경기도 챙겨가며 보는게 바로 우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은 그런 나라이다.

하지만 지역적인 접근성과 문화적인 유사성때문에 일본문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문화에 길들여 지는것도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본어처럼 일본문화라는 생각은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일본문화라는 말은 만화나 음악으로 한정되었다.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보고 소니 워크맨을 들고 다니며 일본노래를 듣는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한소리 들을 수 있는 그런 대상이였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외설적이라는 편견이 들 수 있는 야동의 경우에도 그렇게 싫어하는 일본판을 더욱 많이 본다. 이렇게 자극적이고 외설적으로 치부되어 질타받던 일본문화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안방까지 파고 들었다.

TV프로그램들은 일본방송을 보고 배끼고, 한국영화는 일본 만화 원작을 영화화 하고 있다. 더욱 좋지 않은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 일본의 것이라는 것을 어디에도 표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총과 칼로 싸우는 시대는 점

점 줄어갈것이라고 본다. 예전 식민지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는 말은 아니다. 식민지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총과 칼이 아니면 어떻게 식민지를 만들어 갈것인가? 바로 문화라는 무기이다.

문화식민지

문화는 총과 칼처럼 선혈이 낭자하고 폭력적이지 않은 무기이다. 달콤하고 세련된 문화를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나라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다. 처음은 원작을 가지고 만들어진 국내작품에 빠지게 된다. 그 작품에 만족을 느끼면 보다 더 정보를 원하고 그것의 원작을 찾게 된다. 그 원작자의 다른 작품을 보게 되고 그것이 바로 문화를 이용한 공격인것이다. 이제 한국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무시당하는 경우가 간혹 보여지고 있다. 무시라는 말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기본이 되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식사를 하고 가벼운 담소로 드라마를 얘기하는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며, "미드(미국드라마)"나 "일드(일본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나와 다른 더욱 넓은 시야를 갖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비슷한 예로 작년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프리즌 브레이크"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드라마이다. 어찌보면 그것을 모르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얘기중에 그것을 모르면 대화를 낄 수 없을 정도가 되어가는 것이다.

참신한 소재와 시나리오 고갈로 고민중인 한국 영화계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일본 만화의 수입에 앞장서면서 판권료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일본 만화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영화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 만화에 한국의 TV와 스크린이 흠뻑 젖어갈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젖어가는 안방문화가 다시 우리의 문화로 채워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우리나라 문화의 발상지인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서로서로 좋은 외국작품으로 먼저 손보이려 한다면...그들 스스로가 그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