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차가운 날씨에 외출을 삼가한 필자는 본의아니게 좋아한 K-1경기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복싱이 가장 야만적인(?)경기로 오해받았지만 이제는 복싱보다 더 파이팅한 K-1이 있다. 필자와 같이 시청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리얼하고 더 파이트한 K-1의 경기에 환호하고 있다.
오늘 치뤄진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은 2008년도를 마무리 하면서 각 지역경기의 승자들이 지난 9월 27일 16강을 통해서 올라온 8명과 4명의 리저브경기를 위한 선수들이 하는 경기이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치뤄졌던 16강도 화려한 선수들이였지만 이번 파이널(8강에서 결승까지)은 하나하나의 경기가 주옥같은 경기였다.
결과는...레미 본야스키의 우승. 그러나 반칙이라는 것은 화려한 K-1무대가 어두워졌다.
자세한 경기결과를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1경기] 피터아츠 대 바다하리
바다하리의 완승으로 피터아츠는 16강에서 세미슐츠를 쓰러트렸다는 모습은 하나도 없이 정말 어의없이 당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받았다. 물론 바다하리가 워낙 강하게 초반러시를 했고 그것에 한방 잘못맞은 후부터이지만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맥없이 탈락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2경기] 에롤 짐머맨 대 테세이라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던 경기로, 신예인 두 명의 경기였다. 신예선수라는 점에서 화려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극진가라데의 페이토자를 이기고 올라온 짐머맨과 극진가라데 세계챔피언인 테세이라의 경기는 생각지 못한 파이팅을 선보였고 짐머맨의 승리로 끝났다.
[3경기] 고칸 사키 대 루슬란 카라에프
화려함이 있는 카라에프의 경기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고칸사키의 포인트경기로 진행되었고 3라운드에서 KO패 당해서 안타까웠다. (필자는 화려하고 파이트한 경기를 좋아해서 루슬란 카파에프를 좋아함)
[4경기] 레미 본야스키 대 제롬 느 밴너
제롬 느 밴더의 팔 부상으로 레미의 손쉬운 승리로 끝났다. 밴너는 예전에도 팔 부상으로 약 2년간 공백기가 있었는데...이번 경기에서 다시 부상이 아닌가 걱정이다.
이렇게 8강전이 끝나서 4강 선수들이 결정되고는 리저브 매치(혹시 부상등의 이유로 경기를 할 수 없는 경우 대신 출전하는 선수를 선별하는 경기)로 최홍만 대 레이세포, 폴슬로윈스키 대 맬빈벤호프 경기가 치뤄졌다. 승리자는 레이세포와 맬빈 맨호프였다.
[5경기] 바다하리 대 에롤 짐머맨
에롤 짐머맨의 선전으로 먼저 바다하리가 다운이 되었지만 바다하리의 강한 공격으로 다운을 두차례 뺐어서 바다하리의 승리.
[6경기] 고칸사키 대 레미 본야스키
레미본야스키의 우세와 함께 간단하게 옆구리를 강타한 킥으로 레미의 승리.
여기까지는 너무 좋았다. 5시부터 시작한 K-1경기가 벌써 8시 반이 되어갔다. 3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보면서 오랜만에 스포츠를 보고 열광했었다. 물론 폭력적인 경기라는 사람들의 평때문에 시청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역시 오랜만에 보는 K-1은 더욱 필자를 매료시켰고 강하게 끌려갔다.
결승전은 역시 결승전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시작되었다. 바다하리 대 레미 본야스키. 필자는 바다하리를 좋아하지만 너무 과격한 그의 언론플레이에 조금은 실망하여 플라잉 젠틀맨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레미를 응원했다. (사실 레미가 이겨줬으면 했지만 만약 바다하리가 이겨도 세미슐츠가 이겨줬음 하는 생각도 했다. 요즘 바다하리가 최홍만과의 경기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최홍만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서 누군가에서 지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그것도 KO로...^_^)
그런 필자의 바램이 통했는지...1라운드 바다하리의 다운. 근데 섞연치 않은 다운이였다. 다운보다는 니킥을 피하기 위한 쓰러짐 정도? 물론 니킥 전에 얼굴을 강타한 펀치가 있어서 쓰러짐이 아니라 다운으로 인정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하지만 충분히 흥분하기 시작할 시작점은 되어주었다.
문제는 2라운드 1분의 시간이 지날때쯤이다. 바다하리는 레미의 허벅지를 잡고 밀며 쓰러트렸고 심판의 제지도 밀어서 파운딩(?)공격을 하려다 스텝핑까지 했다. 어어~ 이거 프라이드 아닌데....
딱 파운딩 공격 2번과 스텝핑 1번 이였지만 이건 아니다. 심판은 바다하리를 뜯어말렸고....계속되어 보여주는 장면에서 스텝핑 1번은 안면부를 가격했다. 결국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바다하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중립코너에서 레미의 청코너에 가서 세컨드에게 독설(?)도 해주는 행동까지 보여줬고....너무 실망스러웠다. 이제 UFC로 갈려고 하는 것인가 바다하리의 행보가 주목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서 그가 인터뷰에서 보여준 악동의 모습은 꾸미는 것이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실망스러웠다. 매번 인터뷰에서 상대에게 독설을 펼치고 주먹질까지 한 그이지만 실력으로 보답해서 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력도 없는 망나니로 보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