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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빠지면 기존에 하던 노력보다 수배 또는 수십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그 슬럼프를 이겨내면서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슬럼프는 우리들과 같이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거 같다. 과거 '일요일'의 대명사였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이라고 함)'는 MBC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국을 통틀어도 간판 프로그램중의 간판이였다.
최근 무한도전이 얻고 있는 사랑보다 수배는 높은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2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 지금의 모습을 보면 과거에 그랬던게 사실인지 궁금할 정도로 슬럼프의 슬럼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MBC에서 또는 일밤에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MC를 대거 투입하여 MC 군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신없는 진행도 해보았고, 수많은 포멧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하면서 시청자의 관심도 끌어보았다. 심지어는 유명 PD를 영입하여 일밤 전체를 개혁(?)해보려고도 노력했다. 그런 노력도 슬럼프에 빠진 일밤을 살리지는 못했다.
이런 분위기에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이라고 하는 요즘 방송프로그램의 인기 이슈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일밤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으로 또 한번 변신을 꿈꾸고 있다. 그 변신은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이다. 신입사원이라는 코너는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은 내용이다. 인기 방송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다고 하니 MBC에서는 가수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도 방송으로 뽑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런 모험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수는 높은 소속사의 벽에 부딪치는 능력있는 예비 연습생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아나운서의 경우는 높은 벽이 'MBC'라는 방송국이 만든 것이다. 학벌타파, 차별타파라고 하는 것은 신입사원이라는 코너가 아니라 MBC 스스로가 해야하는 것이지 프로그램에서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니까...
신입사원이라는 코너와 함께 시작하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나는 가수다'라는 코너이다. '나는 가수다'는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500명의 청중을 모아놓고 가수들이 무대를 펼쳐서 한명씩 탈락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500명의 청중이 가수를 평가한다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라고 불리는 가수들이 출연자를 평가하는 것도 주관적일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멘토들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능한 범위이다.
그런데, 500명의 청중은 아무리 고르고 골랐다고 해도 주관적일수밖에 없고, 예술을 한다고 하는 가수들을 무대위에서 평가하여 한명 한명 탈락한다는 컨셉은 가수들에게 가창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무조건 평가받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음악방송도 '인기'로 순위가 결정되어 가창력보다 외모가 중요시 된다고 했는데... 500명의 청중이 뽑는 가수들이 무조건 가창력과 같은 실력자라는 것은 누가 장담할 것인가?
또 일밤에서는 '나는 가수다'를 위한 홍보의 수단으로 '가창력이 없는 가수는 출연할 수 없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창력이 있는 가수도 탈락하면 가창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될텐데 누가 출연하려고 할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서바이벌은 누구 한명은 탈락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바이벌'의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예술에서 '서바이벌'을 접목한다는 것은 의아하다. 예술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매력을 분석하고 느끼는 것이다.
현재 '나는 가수다'라는 코너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수로 김건모, 김범수, 김연우, 나얼, 바비킴, 박정현, 성시경, 윤도현, 이소라, 윤미래, 인순이, 백지영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가수들은 현재 '가창력'으로 사랑받는 인기 가수들이다. 그런데 이 가수들 중 첫번째 탈락자가 발생한다면 그(녀)는 어떨까? 웃으며 만족스러운 감사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일단 방송이 시작되지 않아서 실제 어떤 감동과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 의문이 풀리기 전에 조심스럽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프로그램의 컨셉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예상을 해본다. 예술과 서바이벌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500명의 청중판정단은 무엇을 보고 '가수'를 구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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