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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의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직장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가운에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샐러리맨(직장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망하던 프로젝트나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성공시켜내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주인공이나 모두가 좋아하고, 심지어 부자집 딸들이 좋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이런 드라마를 보다보면 헛웃음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미생'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미생'의 왕시청자인 필자는 이번 글을 시작으로 드라마 미생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조금 더 리얼하게 담아보려고 한다. 직장인이 되려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나, 현재 직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공유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대리 : 아저씨

장그래 : 네

김대리 : 나 좀 봐





김대리 : 이름이?

장그래 : 장그래입니다

김대리 : 빙그레할때?

장그래 : 아이인데요. 래

김대리 : 그 나이가...

장그래 : 26살입니다.

김대리 : 보니까 고졸검정고시가 끝이던데.

장그래 : 네.

김대리 : 그러면 고등학교 그만둔거야? 안간거야? 어떻게 된거야?

장그래 : 안갔습니다.

김대리 : 왜? 직장 생활 경력은? 영어 제2외국어 뭐 이런거 할 줄 아는거 있나?

장그래 : 없습니다. 컴활 2급 자격증 있습니다.

김대리 : 컴퓨터. 활용. 능력?!

장그래 : 

김대리 : 잘했네. 끝?

장그래 : 

김대리 : 예? 예?  알았어요. 영업3팀 대리 김동식이예요. 대리. 내려와요.

김대리 : 아니 근데 26개 먹을 동안 도대체 뭘하고 살았길래 하는게 하나도 없네. 

김대리 : 아주 그냥 요즘 보기 힘든 청년이네. 내려와요.


 드라마 미생의 1회에서 장그래와 김대리가 나눈 첫 대화이다. 일반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첫 날은 다른 날보다 '나를 소개하는 순간'이 많을 밖에 없다. 김대리처럼 일을 같이 하는 팀내 선배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입 티를 내고 앉아있으면 지나가던 회사 선배들도 '이름이 뭐냐'부터 다양한 자기 소개를 묻게 된다.


  고졸에 검정고시 출신인 장그래라서 김대리가 저렇게 질문했을까?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도 회사에 취직해서 얼마동안은 이런 질문들을 자주 받는다.


이름이?

나이가?

대학은 어디 나왔어요?

집은 어디고?

잘 하는거 있나?


  위 질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같이 생활하기 위해서 알아둬야 하는 사항들이다. 이름과 나이는 기본이고 학교 정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 던지는 가벼운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부터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개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자주 주고 받는 질문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장그래와 김대리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 경력은? 영어 제2외국어 뭐 이런거 할 줄 아는거 있나?


  바로 이 질문이다. 다른 질문이 기본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이 질문은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당신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의미로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준비할 때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같은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무엇을 해야 하며, 회사에서는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까?





컴활 2급 자격증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는 '컴활 2급 자격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 상황 속에서 들어도 왠지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자신이 있다면 컴활 2급이 아니라 컴활 10급 자격증이라도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컴퓨커 활용능력은 10급이 없다)



  컴퓨터 활용 능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자격증은 취준생에게는 필살기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회사에서 처리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아니다. 취준생에게는 다른 취준생과 다른 나만의 매력으로 국가 혹은 기업에서 내 실력을 이렇게 인정했다며 자격증을 보유하겠지만, 회사에서는 '놀지 않고 뭔가를 공부했구나'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전부이다.


  컴퓨터 활용 능력보다 한단계(?) 높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커다란 변화는 없다. 컴활이 조금 더 응시 조건이 낮을 뿐!




  아무튼 '컴활'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스펙을 이야기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남에게 평가받는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10점짜리 스펙을 가진 사람도 부끄럽고 99점짜리 스펙을 가진 사람도 부끄럽다. 어디에 내놓아도 1등이 될 수 있는 100점짜리 스펙이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내 스펙을 제시하는 순간 상대방 스펙을 알 수 없으니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사실, 5년 이상 차이 나는 직장 선후배의 경우 후배들의 스펙을 평가하지만 선배들의 스펙이 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왜냐면 그만큼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요즘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스펙(100점짜리 스펙)을 쌓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무엇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나만의 무엇'이 회사에 입사를 시켜주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서 써 먹을 수 있는 무엇인가는 자격증이나 토익 점수와 같은 스펙보다 '나만의 무엇'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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