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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iFE

어긋난 내리사랑

세아향 2009. 3. 25. 11:25

우리나라에는 특이한 사랑의 방법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내리사랑이다. 우리나라의 내리사랑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하고 예쁜 사랑 방법이다. 그만큼 부모입장에서 자식들은 모두 언제나 '아이'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물론 그것이 좋은 점이 아니다라고 하여 너무 사랑이 깊으면 아이들이 빗나갈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아이들을 집안의 왕처럼 모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건 모시는 것이고...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 어떤 곳의 어미와 아비가 자식들의 일을 그냥 무시할까. 무시가 아니라 당신들의 일보다 먼저 나서서 해주는게 기본으로 생각된다. 이런 것은 부모와 자식간만은 아니다. 내리사랑은 끝이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사랑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식들을 키울때와 달리 다른 재미가 있다는 분들까지 있다. 그런 점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커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 주, 외부교육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여 미터에서부터 아장아장 걸어오던 아이뒤로 예쁘장하신(?) 할머니 한분이 오셨다. 걸어오
는 모습이 따뜻한 햇살과 함께 참 보기 좋게 느껴졌었다. 버스정류장의 의자에 앉아있던 필자 앞으로 5~6살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지나가며 말했다.

손자 : "여기 안저." 
할머니 : "네~ 버스 올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걸어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한번 더 쳐다봐졌다. 손자의 손에는 과자봉지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역시 할머니가 손자가 귀여워서 또 사주셨나 보다...하는 생각으로 다시 버스가 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할머니 : "우리 XX, 오늘 유치원에서 뭐 배우셨어요?"
손자 : "음....선생님이랑 노래 불러떠."
할머니 : "아침에 갈때 엄마가 데려다 주셨구요?"
손자 : "응...엄마랑 가떠"
할머니 : "버스오면 타고 조금만 가면 되니까..더워도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손자 : "응...녹색버스?"
할머니 : "여긴 파란색 버스만 있어서, 우린 파란버스 탈거예요." 

* 손자의 말은 아이가 말한 것처럼 들리는 데로 쓴 것이며, 맞춤법에 틀림

  서로 주고 받는 몇마디의 말을 본의아니게 듣다보니 걸어오던 모습처럼 손자가 예뻐보이지 않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이고 이야기에도 유치원에 다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유치원 선생님을 말할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존댓말이 없었다. 그에 비해서 할머니는 손자가 귀하고 예쁘셔서 그런지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성 있게 말씀하셨다.

  음식점에 가면 존댓말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정말 가끔 본다. 아무리 부모님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아이들이 예뻐서 그냥 웃어 넘긴다는 것도 알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반말로 시작한다면 과연 그 아이가 초/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존댓말의 중요성을 알게 될까.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존댓말이라는 존칭이 있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럽다면 더욱 그런 말투 하나까지 바로 잡아주는게 더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 아닐까.

비슷한 예로 기억에 남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어느 여름날, 백화점 1층에서 필자의 앞을 지나가는 엄마와 딸아이의 모습과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더운 날씨에 엄마는 등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엎고, 손으로 유치원쯤 되어보이는 딸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에 들어왔다. 엄마와 딸아이 모두 더운 모습이였다.

딸 : 엄마~
엄마 : (덥고 사람이 많아서 인지 퉁명스럽게 말함) 왜?
딸 : 저...딸기 우유 하나만 사주시면 안돼요?
엄아 : 딸기우유?
딸 : 네. 딸기 우유 먹고 싶어요.

  필자 앞을 지나가며 나눈 대화를 짧게 들었지만...너무 공손한 아이의 말투에 눈길이 갔다. 저렇게 말하면 딸기우유가 아니라 그 무엇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두 아이 모두 예쁘고 귀엽지만 필자는 존댓말 잘하는 아이가 더 예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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