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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동물원 비유를 살펴보며...

세아향 2016. 9. 11. 10:54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이야기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위기는 '기회'보다 '위기'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다.


요 며칠 사이 안철수 의원의 동물원 발언을 놓고 정치권과 인터넷이 뜨겁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서 오는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필자가 최근 미래부 간담회에 참석하여 직접 보고 들은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사실 위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동물원 발언'은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 전시회 'IFA' 행사장을 방문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IFA 행사장 현장을 둘러본 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 및 벤처 산업에 관한 본인의 소견을 잠시 언급했다. 


기업과 기업의 거래 즉, 'B2B(기업간 거래)'에 강점이 있는 벤처기업이 국내에 별로 없는 이유로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납품관계를 들며 이른바 '동물원'론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는 전국에 17개 센터를 만들고,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권을 줬다.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 꼴로, 얼마나 현실에 대해 정부가 핵심적인 문제파악을 못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과연 '동물원'일까?


안철수 의원은 창조경제센터 관련 이야기에서 이런 이야기도 함께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다른 방안을 제시했고, 권역별로 3~4개의 대기업이 공동관리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거기서 창업하는 기업들은 최소한 3~4개의 대기업에 아주 무리하지 않고 납품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동물원 구조를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동물원으로 비유한 표현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다소 거친 표현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의미(뜻)를 담고 있는 말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상대방에게 말 할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놓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입장에서 정치인의 이런 발언은 당연히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장에서는 안의원이 센터 및 관련 제도에 대한 내용을 보다 정확하고 냉철하게 평가했다고 보다는 '동물원'이라고 하는 표현으로 희화화한 사실에 발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부 창조경제혁신센터장, 공개토론 제안


안철수 의원의 '국가 공인 동물원'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이와 관련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9월 9일 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 협의회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안철수 의원의 책임 있는 입장 표현과 공개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측은 응답이 없는 상태이다. 이에 일부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관련 담당자들은 다시 한 번 안철수 의원실을 직접 방문하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교화하는 공개토론을 정식적으로 제안했다.





토론 일자는 9월 21일 수요일로 제시했고, 안철수 의원의 의사에 따라 일정 밀 장소는 변경 가능하며, 안철수 의원의 성의있고 책임있는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해명 자료를 살펴보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도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일 수는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보통 서로 다른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안철수 의원의 '국가 공인 동물원' 발언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안철수 의원 측의 생각과 이야기라면... 반대편에 서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생각과 이야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안철수 의원의 발언과 관련된 해명자료를 찾아봤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혁신센터가 벤치마킹한 스웨덴과 핀란드 시스템은 대기업 매칭이 아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여러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국내 벤처‧중소업계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독자적으로 만 든 플랫폼으로서, 스웨덴‧핀란드 등 특정국가의 시스템을 그대로 베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동일한 시스템일 이유가 없다. 


또한,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에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사업모델 개발, 판로 확보, 글로벌 진출 등에서는 이미 관련 자원을 풍부 하게 보유한 대기업의 지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우디‧브라질 등에서는 이러한 강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을 1:1로 매칭시켜 대기업 울타리 속에 놓이게 된다? 


대기업의 울타리에 놓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대기업 매칭 지원을 통해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기반, 네트워 크를 벤처ᆞ중소기업에게 제공하여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선, 대기업의 지원 대상은 매칭된 혁신센터의 보육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혁신센터의 보육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의 지원 방식은 대기업 당사와의 독점계약 형태가 아니고, 지원내용도 기술개발, 지분투자, 멘토링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고 있다. 



센터장은 대기업 출신 퇴직자들의 자리로 전락해 역할이 미비하고, 장관급 자리만 18개 늘어났다?


센터장 선임은 창업ᆞ중소기업 지원 업무 경력 등 선발기준에 따라 공개 경쟁을 통해 선발하며 현재 17개 혁신센터장 중 12명이 전담기업의 퇴직자이며 이들 중 6명은 창업ᆞ중소기업 유관업무 경험 다수 보유하고 있다. 혁신센터장은 혁신센터가 지역 혁신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 부처 및 전담 기업과 더불어 지자체, 대학, TP등 지역 유관기관과 협업의 중심역할을 한다. 


혁신센터장이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차관급 예우에 속하는 공공기관장과 비교해도 연봉, 의전, 복지 등에서 낮은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조금 더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언급한 내용은 말 그대로 평소 알고 있고, 자신이 생각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도에 대한 자신의 소견이며,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 내용이 공개 토론을 통해서 소개되는 것이 이번 논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시유종 (有始有終)


모든 일은 처음도 있고 끝도 있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가 '유시유종'이다. 안철수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표현이 자신의 소견을 갖고 말한 표현이라면 그것에 대해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할 때란 생각이 든다. 논란을 일으키고 논란이 사그라질 때까지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써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시작'된 일을 '끝'내지 않는 것 역시 믿음의 문제에서는 크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의원이 언급한 창조경제혁신센터 권역별 창설도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듯이 '동물원'에 희화화한 내용 역시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 했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놓고 토론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현 정부의 정책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논란을 조용히 마무리하기 보다는 '공개토론'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해명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